HR 인사이트 · 2026.03.12 · 조회 70 · ✓ 전문가 작성
채용이나 승진 심사를 해본 경영자나 팀장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회의에서 늘 정답처럼 들리는 말을 하고, 남의 기획서를 날카롭게 지적하던 사람에게 막상 프로젝트를 맡겼더니 결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던 경험 말입니다. 반대로 말은 서툴렀지만 묵묵히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이 현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평가하는 능력과 실행하는 능력은 원래 서로 다른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야구 해설자가 곧 좋은 선수는 아니고, 좋은 코치가 곧 뛰어난 타자는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문제는 조직이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할 때 생깁니다. 말이 정교한 사람이 실력도 있을 거라 착각하면, 조직은 실무자를 지치게 하고 평론가만 키우는 구조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AI가 이 구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방향을 잡는 사람에게 실행 도구가 생기면서, 평가자와 실행자의 경계가 예전과 다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HR과 조직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이 변화를 평가 기준과 인재 배치에 어떻게 반영할지 지금 정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 요약
- 평가 능력과 실행 능력은 원래 다른 능력이며, 하나가 좋다고 다른 하나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 AI 이전 조직은 소수의 판단자와 다수의 실행 인력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 AI 시대에는 판단력 있는 사람이 AI를 실행 도구로 붙여 혼자서도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 그래도 최종 성과의 품질은 여전히 현장 경험과 판단, 책임지는 힘에서 나옵니다.
- HR은 평가 기준과 승진 기준에서 '말의 품질'과 '결과의 품질'을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조직 안에는 종종 직접 성과를 낸 경험은 많지 않으면서도, 평가와 비판만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의에서는 늘 예리한 지적을 하고, 남의 부족한 점을 잘 찾아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면 실행 단계에서 눈에 띄게 약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평가와 실행이 요구하는 조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평가는 결과가 이미 나온 뒤에, 책임 부담이 적은 위치에서 이루어집니다. 반면 실행은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흔들리는 현장 위에서, 책임을 진 채로 이루어집니다. 경기가 끝난 뒤 "저 공은 참았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시속 150km 공 앞에서 0.몇 초 만에 배트를 휘두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제가 조직의 인사평가 체계를 들여다볼 때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지점도 이 부분입니다. 평가 지표에 '설명력'과 '지적 능력'만 반영되고 '완결 경험'이 빠져 있으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평론가형 인재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집니다. 이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그 사람을 실행 리더 자리에 그대로 앉히는 순간 문제가 시작됩니다.
| 구분 | 평가형 인재 | 실행형 인재 |
|---|---|---|
| 강점 | 구조 파악, 리스크 지적, 방향 제시 | 현장 문제 해결, 완결, 책임 수행 |
| 작동 위치 | 결과가 나온 뒤, 거리를 두고 | 결과가 나오기 전, 현장 한가운데서 |
| 실패 신호 | 지적은 정교하지만 대안 실행이 약함 | 방향 없이 손만 빠르게 움직임 |
| 조직 내 적합 역할 | 코치, 감독, 자문, 방향 설정 | 실무 리더, 프로젝트 오너, 현장 책임자 |
둘 다 조직에 필요합니다. 좋은 코치는 선수의 자세를 바꾸고, 좋은 감독은 팀의 리듬을 바꿉니다. 문제는 역할을 혼동하는 순간, 즉 평가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결과를 만든 사람보다 더 높게 평가할 때 생깁니다.
AI 이전의 조직은 기본적으로 소수의 판단자와 다수의 실행 인력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획은 몇 명이 할 수 있어도, 실행에는 많은 손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기획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개발자가 없으면 제품이 나오지 않고, 마케터가 전략을 세워도 디자이너와 운영 인력이 없으면 캠페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거 HR의 핵심 과제는 늘 실행 인력 확보와 유지였습니다. 채용 규모, 조직도의 폭, 인건비 구조가 모두 '손발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구조 자체의 변화입니다. 기획, 초안 작성, 자료 요약, 리서치, 코드 보조 같은 영역에서 AI가 실행을 상당 부분 지원하면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사람 한 명이 예전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혼자 커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과거에는 야구 선수 9명이 없으면 감독 100명이 있어도 경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식노동 영역에서는 판단력 있는 사람 1명과 AI 선수 여러 명으로도 팀을 굴릴 수 있는 구간이 생기고 있습니다. 기획자가 AI와 함께 문서를 만들고, 실무 리더가 AI와 함께 초안과 실험안을 빠르게 쌓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실천 포인트 — AI 시대에 조직이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판단을 하는가'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평가 체계 전체가 흔들립니다.
이 변화는 동시에 위험도 키웁니다. AI 덕분에 겉보기 결과물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말만 하던 사람과 진짜 만드는 사람의 경계가 오히려 흐려질 수 있습니다. AI가 초안을 써줄 수는 있어도 어떤 초안이 맞는지 고르는 것은 사람이고, AI가 아이디어를 늘려줄 수는 있어도 무엇에 베팅할지 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AI 도입 이후 조직에서 실제로 강해지는 사람은 두 부류입니다. 하나는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를 정할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을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입니다. 현장을 겪어본 사람은 AI가 낸 결과물의 허점을 빠르게 알아봅니다. 어떤 문장이 현실과 동떨어졌는지, 어떤 전략이 책상 위에서만 가능한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을 조직에 적용하려면 다음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면, 평가 체계나 승진 기준을 다시 설계할 시점일 가능성이 큽니다.
AI 시대가 왔다고 해서 평론가가 갑자기 선수보다 위에 서는 것은 아닙니다. 달라지는 것은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방향만 잡던 사람이 이제는 AI를 통해 실행력까지 어느 정도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조직 안에서 벌어질 경쟁은 더 선명해질 것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과, 말한 것을 실제 결과로 연결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입니다.
HR과 경영자가 할 일은 분명합니다. 평가 능력을 실행 능력과 같은 것으로 보지 않는 것, AI를 말의 도구가 아니라 결과의 도구로 쓰도록 조직 관행을 설계하는 것, 그리고 평가·승진 기준에서 '완결 경험'의 비중을 의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 조직의 평가 체계가 이 기준에 맞게 설계되어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직접 질문하거나 상담을 요청해 함께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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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이고, 회사메일일 때 답변에 정성이 더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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