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조직문화 · 2026.05.14 · 조회 43 · ✓ 전문가 작성
핵심 요약
- 규칙은 모두가 지키거나 모두가 안 지켜야 사고가 나지 않으며, 반반이 가장 위험하다
- 독일·일본의 사례처럼 협업에도 일벌백계, 신상필벌의 엄격한 규칙 집행이 필요하다
- 목표가 반쪽인 협업(반수생처럼)은 온전한 목표를 가진 협업보다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
- 응급실처럼 정해진 절차와 원칙을 100% 따라야 하는 전문 협업 영역이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일은 교통법규를 잘 지켜서 사고가 나지 않는다. 프랑스는 오히려 안 지켜서 사고가 적다. 우리나라는 지키는 쪽이 반, 안 지키는 쪽이 반이다.
독일은 차선을 지키면서 파란 신호등이면 가고, 빨간 신호등이면 선다. 거의 모든 사람이 이를 준수한다. 프랑스는 차선이 없고 신호등을 보기보다는 사람이 있는지를 본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사람, 오토바이, 차량이 뒤섞여 움직이는데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경이로울 지경이다.
협업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을 지켜야 인사(人事) 사고가 나지 않는다.
모두 잘 지키거나 안 지키면 사고가 안 난다. 우리나라는 반쯤은 잘 지키고, 반쯤은 안 지킨다. 노란불일 때 속도를 더욱 높이는 차량이 더 많다.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넘어갈 때 액셀을 더 밟는다. 브레이크를 밟을 시점에 말이다. 파란불만 보고 출발하면 사고 나기 십상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사고가 발생한다. 독일이라면 노란불일 때 일제히 정지할 것이다. 프랑스라면 신호등과 관계없이 출발해도 되는지 볼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이유다.
협업에서는 일벌백계(一罰百戒),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필요하다. 차도와 인도에 파란불이 동시에 켜져서는 안 된다.
일본도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도로에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도성장기에 자동차가 급증한 일본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처럼 불법주차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일본은 주차 위반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대처했다. 위반한 차에는 10,000엔에서 18,000엔(한화 약 11만 원에서 20만 원)의 범칙금
을 부과했다. 주차 위반 등에 의해 누적벌점이 7점이 되면 30일간 면허정지 처분 또한 내려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06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민간 업체에 주차 위반을 단속하는 권한을 주는 제도를 신설했다. 운전자를 특정하지 못할 경우 차량 소유주에게 벌금을 물리는 조치까지 포함되었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골치 아픈 불법주차 문제를 해결했다.
반반이면 분명히 깨진다. 협업에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ground rule)이 있다. 언제 오고, 언제 가며, 일지는 어떻게 적는지 일상적인 원칙이 있다. 이슈는 어떻게 제기하고, 회의는 어떤 식으로 개최하며, 결과는 어떻게 정리하는지에 대한 규칙도 형식적이든 암묵적이든 있기 마련이다. 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반은 지키고 반은 안 지키면 어떻게 될까? 아예 모두 안 지키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된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을 모두 지키면 단 한 번의 공지로 해결된다. 모두 안 지킨다면, 정말로 참석할 수 있는지 묻고, 진짜 그 시간에 올 것인지 확인한다. 1시간 전에 알리고, 30분 전에 알리고, 10분 전에 알려서 회의 시간을 맞추는 노력을 한다. 반반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된다. 안 지키는 경우를 전제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지키는 50%는 쓸데없는 노력을 들이는 것이 된다. 기본 규칙을 어기는 자에게는 엄벌이 필요하다. 다 같이 잘해 보자는 협업에 어설픈 온정주의가 만연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다. 둘 다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협업도 마찬가지다. 규칙을 반만 지키면, 모두가 지키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는다.
콜라플 지키기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은 흔히 양쪽 모두에게 좋을 때 쓴다. 10분 먼저 강의를 끝내면 선생도 좋고, 학생도 좋을 수 있다. 그러나 회의 시간에 제때 온 사람과 늦은 사람에게 모두 좋은 것은 없다. 따지기 싫을 뿐이다. 거리에 혼자 나갈 정도가 된 초등학생에게 부모는 항상 이 말을 해야 한다. "손을 든다고 무조건 자동차가 서지는 않는단다. 파란불이라도 자동차가 선 다음에 건너야 해." 때로는 모두 안 지킨다는 것을 전제로 기본 규칙을 정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
실패 사례 대학 입시의 실패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어떤 대학도 못 들어갔거나, 원하는 대학에 못 간 경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가 모의고사보다 낮게 나와서 하향 지원으로 점수에 맞춰 합격했을 때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를 다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더라도 전공 분야가 맞지 않는 등의 이유로 한 번쯤은 다른 전공 또는 학교를 생각하게 된다.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 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것을 요즘은 '반수(半修)'라고 한다. 대학의 서열화와 변화무쌍한 입시 정책이 반수생(半修生)을 양산하고 있다. 학생 처지에서는 돌아갈 수 있는 대학이 있으므로 안전망은 확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중도탈락률이 높아져서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학은 이런 반수생이 유리할 수 있는 구조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조처로 군 입대
를 제외하고 1학기 휴학을 금지한다. 심지어 2학기를 포함해 1학년 휴학을 금지하는 대학도 있다. 반수생은 문자 그대로 반은 대학생으로, 반은 재수생으로 살아야 한다. 많은 협업팀이 두 가지 목표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협업이 시작된 것일 수 있다. 반수생과 같은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반수생들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좌절 앞에 아파하다가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채 '남들이 하니까' 혹은 '부모님이 권해서' 고3 때와 마찬가지로 휩쓸리듯 반수 대열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재수를 결심한 경쟁자에 비해 적게는 1~2개월, 많게는 3~4개월가량 수험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 반수로 성공할 수 있으나 그 가능성은 온전한 재수생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반으로 시작한 협업팀이 온전히 하나의 목표를 가진 팀보다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성공 사례 종합병원 응급실은 항상 어수선하다. 글자 그대로 응급한 환자가 들어오는 응급실인데 모순되게도 전문의가 없었다. 각 과의 레지던트가 번갈아 가면서 당직을 서거나 인턴들이 당직을 서며 해당 과를 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 문턱이 낮은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모든 종류의 증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한다. 가벼운 감기, 염좌와 같은 경증 환자와 정말 응급실 진료가 필요한 패혈성 쇼크나 급성ㆍ중증 외상 대동맥 질환, 뇌경색과 뇌출혈, 그리고 심정지 등의 환자들도 내원한다.
응급실 의사는 다수의 경증 환자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중증 환자를 발견해 내야 하며, 긴급하게 손을 쓰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환자가 예고 없이 찾아왔을 때에는 능숙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응급의학을 전문 분야로 인정했지만 우리나라는 1995년에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선발되기 시작했다. 응급실은 자의적인 의료 행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정해진 절차와 원칙을 100% 따라야 하는 전문 협업 영역이다.
*『콜라플 — 협업하는 인간, 강해지는 조직』(201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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