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조직문화 · 2026.05.01 · 조회 39 · ✓ 전문가 작성
핵심 요약
- 한의학은 CT, MRI, 피검사 등 과학적 진단 도구 없이 진맥에만 의존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 400여 년 전 동의보감에 안주하지 말고, 양의학처럼 분야별 전문화와 협업이 필요하다
- 만기친람(모든 것을 혼자 처리하려는 태도)은 실패하고, 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화가 성공을 이끈다
양의학에서는 한의학의 비과학성을 비판한다. CT, MRI, 피검사, 요검사 없이 진맥으로 진단하는 한 한의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1991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가 『소설 동의보감』이다. 이틀 동안 다 읽어 버렸을 만큼 허준의 인생은 흥미진진했다. 대학 동창이자 직장 동료였던 친구는 그 책을 읽고 나서 “여태까지 허준처럼
[출처: 허준박물관]
협업으로 시대에 맞춰 새로 함께 만들어야 한다.
집중해 본 적이 없다. 해봐야겠다” 라며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퇴사할 정도였다. 그 친구는 결국 합격했다. 그렇게 집필된 동의보감은 임진왜란 시절, 즉 420여 년 전에 출간되었지만 아직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한의사가 의학적 근거로 말하는 동의보감과 허준이 현대에도 살아 있는 셈이다. 2000년 초반에 한의대는 대학 입시에서 최고점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상위 0.1% 이내로 공부를 잘했던 그들이 한의사가 되어 실력을 발휘할 시기인데 그들마저도 동의보감만을 끼고 있다면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인체는 매우 신비로운 것이라 탐구하면 탐구할수록 어렵다. 양의학에서는 전공 분야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외과만 해도 일반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신경외과 등으로 나누어진다. 반면 동네 한의사의 진료 과목을 보면 모든 병을 치료한다. 한의학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으니 내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모든 분야를 혼자 다 하려는 태도는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으며, 이는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다.
양의학은 감염, 내분비대사, 류머티즘, 소화기, 순환기, 혈액종양, 호흡기내과로 분화되었다. 나이와 집단으로도 나누어 내과와 청소년 소아과, 그리고 가정의학과가 있다. 통상 한의원의 진료 과목은 이렇다.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비뇨기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이다. 한의사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한다.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 있는 분야만 남긴다. 협업은 분야별로 실력 있는 사람이 모여 함께 일하는 것이다. 혼자 하면 협업할 일이 없다. 한의사도 분야별로 특화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루는 동의보감을 쪼개고, 다시 엮어야 한의학이 살 수 있다. 한의사는 피검사와 요검사를 하지 못하면 요로에 세균이 침투해 생긴 열을 진단할 수 없다. 이 상태에서 한 의료 행위는 ‘돌팔이 의사’의 행위와 같다. 21세기에 과학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체질, 열, 담, 화 등과 같은 진단만으로는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없다.
속을 들여다보아야 병의 원인을 찾듯, 협업에서도 속을 들여다보아야 하며 그에 필요한 도구가 주어져야 한다.
콜라플 비우고 채우기 진단 기기 사용에 한의학계와 양의학계가 대립하고 있다. 한의학계가 진단학을 커리큘럼에 정식으로 추가하면 될 일이다. 양의학도 처음에는 영상진단학이 없었다. 영상이라는 도구가 진단에 쓰이고, 마취가 치료에 쓰이자 그것들을 전문화했다. 현재는 영상진단 전문의와 마취 전문의가 타 분야와 협업하고 있다. 한의학계에서도 이를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실패 사례 협업 없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처리하고 해결하는 것을 경계하는 고사성어 ‘만기친람’의 실패 사례를 2014년 3월 26일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언론인 정운현의 글에서 발췌한다. “상서(尙書) ‘고요모(皐陶謨)’ 편에 ‘일일만기(一日萬機)’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천자(군주)는 하루 동안에 만 가지 일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략) 근자에 박근혜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신설해 직접 주재하기로 하면서 기존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결국 민간 위원장은 지난달 초 사표를 냈고, 정부 쪽 실무자인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도 두 달째 공석이다. 박 대통령은 또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해 스스로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이건 아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정을 이끌고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정은 직위별로 권한 위임이 되어 있고 업무 영역도 나뉘어 있다. 그런 것을 체계화하고 조직화한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오지랖 넓게 나서서 매사를 다 챙긴다면 장ㆍ차관이나 정부 기관장들은 팔짱 끼고 구경만 할 수밖에. ‘만기친람’을 앞세운 대통령의 과도한 의욕은 국가의 기존 조직이나 계획을 한순간에 엉망으로 만들 뿐이다. (후략)”
성공 사례 고등학교 야구는 가장 잘하는 선수가 투수면서 4번 타자인 경우가 많다. 공격을 잘하는 축구선수는 수비도 잘한다.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프로에서는 타자 겸 투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자기 위치가 분명히 있는 야구에 비해 여섯 명 모두 공격과 수비를 하는 농구는 자기 위치가 불분명하다. 수비도 잘하고, 리바운드도 잘하고, 덩크슛도 잘하고, 3점슛도 잘하는 선수가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MBC <무한도전>에 나왔던 ‘스테판 커리’는 전체적으로 부족한 선수였다. 부상도 잦았다. 부상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극복했으며, 특히 대부분의 농구선수들이 팔과 가슴 근육을 강화한 것에 반해 커리는 허리와 옆구리 근육에 집중하는 등 전체적인 균형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3점슛에 집중했고 시선, 각도, 점프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3점슛의 일인자가 되었다. 협업은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에 매진해 팀에 공헌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콜라플 — 협업하는 인간, 강해지는 조직』(201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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