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조직문화 · 2026.01.31 · 조회 38 · ✓ 전문가 작성
핵심 요약
- 쿼티 자판처럼 이미 자리 잡은 사람이나 조직은 비효율이 있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 특정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을 짜면 기형적인 협업 구조가 반복된다
- 협업은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지속 가능하다
- 원칙 없는 협업은 비용만 낳지만, 원칙 있는 협업은 최상의 성과를 유지한다
중견기업 B사는 조직 개편을 연중행사로 하고 있다. 좋게 보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유연한 조직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명함은 두어 달 있다가 찍는 것이 나을 정도다.
쿼티(QWERTY)자판은 알파벳을 QWERTY 순으로 배열한 자판을 말한다. 이 자판은 수동 타이프라이터에 적용된 방법이다. 자주 쓰는 자판을 모아 두면 편리한데, 문제는 타이핑 때 글쇠가 꼬이는 데 있다. 글쇠가 안 꼬이게 하려고 자주 쓰는 자판들을 멀리 배치한 것이 쿼티다. 수동 타이프라이터 시대를 지나 전동 타이프라이터, 그리고 컴퓨터 시대에 와서는 글쇠가 꼬일 일이 없으므로 과학적으로 배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판을 보면서 두 손가락으로 치는 독수리 타법이든, 안 보고 치는 현란한 타법이든, 기존 방법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자판 배열을 변경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다. 이미 익힌 습관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글은 4벌식 자판에서 시작해 2벌식으로 줄었다. 2벌식은 원가 절감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강요되어 공급되었다. 한글의 제자원리(製字原理)에 충실히 따르면 3벌식이 더 과학적이다. 그럼에도 한글 역시 2벌식이 보편화되었다.
협업에 필요 없는 것일수록 엉켜 있는 상태에서 버리지 못하는 것이 많다.
기업에서도 돌고 도는 회전문 쿼티조직이 있다. 기업 내에서도 이렇게 먼저 자리를 잡은 조직 또는 중요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야 할 시기에 그들은 쿼티 같은 존재로 남는다. 사람을 그대로 두고 조직 구성을 새로 하니 기형적인 모습이 나온다. 얼핏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쿼티자판이라고 타이핑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의 외부 환경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조직 변경이 다시 요구된다. 조금 다른 모습의 쿼티조직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전히 비효율이 발생한다. 다시 조직 개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년 내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본질적으로 쿼티가 그대로인 회전문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한다.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 오로지 사람만 중요하다면 뽑은 사람이 나갈 경우 관련된 일도 끝난다. 사장이 원하는 모습일까? 사장은 어느 누가 있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길 바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사장은 여럿이 같이 하는 협업을 조직화하고, 여럿 중 하나가 없어도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협업을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 그것이 특정 인물 중심의 기형적 조직 구성을 벗어나는 핵심이다.
냉난방 효과가 있는 회전문은 종종 환기를 시켜야 하듯이 협업할 때도 가끔은 시원한 공기를 마시게 해야 한다.
콜라플 팀 만들기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때는 조직적 관점, 인력적 관점, 기술적 관점 등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조직적 관점으로 파고들어 새로운 조직으로 대응할 때에는 우선 조직을 그려야 한다. 특정 사람이 끼어들면 기형적인 모습이 나오기 쉽다. 특정 사람을 위한 협업팀 구성은 좀 더 효과적,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할 뿐이다.
실패 사례 쇼트트랙 경기는 우리나라에서 1등을 하기가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것보다 어려운 종목이다. 감독이 고민스러울 때는 국내에서 펄펄 날던 선수가 세계 무대에 가기만 하면 실력 발휘를 못할 때다. 감독은 과감하게 국내 3등을 대표선수로 선발한다. 워낙 출중한 선수가 많아서 감독이 여러 사항을 고려해 뽑았다. 선수들도 이번에는 내가, 다음에는 네가 한다는 식으로 경기에 임한 경우도 있었다. 한때 그랬는데 성적은 추락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지 않는 원칙 없는 협업은 성과보다 비용만 지출하게 된다.
성공 사례 양궁에서도 감독의 고민은 앞의 쇼트트랙 경기와 마찬가지다. 감독은 세계 무대에 강한 국내 3등을 뽑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지만 다른 요소를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성적으로만 선발한다. 국가대표를 선발하기 위해 성적 외에 다른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아무도 이의가 없으며, 성적은 최상을 유지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는 원칙 있는 협업이다.
*『콜라플 — 협업하는 인간, 강해지는 조직』(201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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