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조직문화 · 2026.07.13 · 조회 43 · ✓ 전문가 작성
핵심 요약
- 알파고는 연산이 아니라 수많은 바둑 기사의 경험 데이터를 학습해 최선의 수를 찾는 협업형 인공지능이다.
- 이세돌 9단의 대국 상대는 사실상 다수의 고수가 협업한 팀이었다.
-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방법은 규칙을 알려주는 방식과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 사람과 기계(IT)의 협업은 기억력이 아닌 안목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체스와 장기는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 연산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빠르게 계산할 수 있게 된 결과다. 바둑은 여전히 모든 경우의 수를 연산(computing)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알파고가 이룬 인공지능은 기계적으로 이뤄낸 협업 메커니즘이다.
1995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인공지능 시간에 교수님께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졌다. “슈퍼컴퓨터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면 사람을 능가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다음 시간에 교수님은 자신의 대답을 정정했다. 경우의 수가 19!×19!이기 때문에 연산해서 착점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알파고 역시 연산으로만 바둑을 둘 순 없다. 착점을 계산하다가는 날이 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업 시간에 교수님에게 질문을 한 지 무려 20년 만에 드디어 세계 최고 수준의 사람을 이기는 바둑 프로그램이 나왔다.
하나씩 가르치거나 스스로 깨닫게 하거나.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도록 인공지능을 가르쳐 본다. 하나는 ‘이럴 때는 이렇다’를 알려 준다. ‘콧수염이 있으면’, ‘목젖이 있으면’ 등으로 남자의 특징을 알려 준다. 여자의 특징도 알려 준다. 그런 다음에 인공지능에게 이 사람은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묻는다.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배운 조건을 탐색해서 답을 한다. 다른 방법은 사람을 보여 주고 남자 또는 여자라고 알려 준다. 가령 수천 명을 보여 주고 인공지능이 그 특징을 스스로 알아내도록 한다. 감기 환자에게 적용해 보자. 앞의 방법으로 한다면, 열이 38도가 넘고 콧물이 나며 오한이 있으면 감기로 판단하는 식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이미 감기라고 알고 있는 환자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입력한 후 감기라고 정의해 준다. 감기라는 특징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정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협업팀에서는 선임(시니어 사원)이 후임(주니어 사원)을 가르치고,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알파고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협업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두 번째 방법을 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세돌과 바둑을 두면서 선택한 착점은 여러 사람의 경험 중 이겼던 착점이었다. 여러 고수가 가장 많이 선택한 돌을 알파고가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세돌 9단은 다수의 바둑 기사가 협업한 팀과 대결한 것이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한 사람과의 승부가 아니라, 수많은 고수의 경험이 응축된 협업 시스템과의 싸움이었다.
사람들 사이에만 협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기계/IT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좀 더 복잡한 알고리즘과 방법론이 있겠지만, 협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런 분석이 될 수 있다. IBM의 ‘왓슨’은 이미 의료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사람과 비교했을 때, 진단의 정확성은 오히려 높다고 봐야 한다. 사람은 같은 데이터로도 제각각으로 진단한다. 반면에 왓슨은 같은 진단을 한다. 오진할 확률은 사람이 더 높다. 언젠가 왓슨과 사람의 진단을 환자가 선택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가천대 길병원과 부산대학교병원에 이어 2017년에 건양대학교병원도 왓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콜라플 곱하기 5급 열 명은 1급 한 명을 이길 수 없다. 천 명쯤 되는 1급이 협업해 다른 1급과 바둑을 둔다면 누가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는가? 알파고는 수많은 1급이 협업해서 최선의 수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를 이긴 인간은 이세돌 기사 한 명뿐이고, 오직 한 번만 이겼다.
콜라플을 도와주는 온라인 도구 모든 판례와 의학 논문과 임상 사례를 알고 있는 IBM 왓슨보다 기억력이 좋은 변호사와 의사는 없다.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그들의 안목 때문이지 기억력 때문이 아니다. 자료를 잘 찾는 사람이 고수가 아니라 찾은 자료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고수가 된다. 그룹웨어는 여러 형태의 지식을 등록하고, 자유롭게 수정 및 보완해서 협업을 지원하는 지식경영 시스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콜라플 — 협업하는 인간, 강해지는 조직』(201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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