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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법 vs. 불문법

협업·조직문화 · 2026.05.18 · 조회 39 · ✓ 전문가 작성

핵심 요약

  • 성문법은 문서화된 규칙이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법으로 미리 규정할 수는 없다
  • 불문법적 요소를 강화하면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책이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 협업의 규칙을 만드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고 내재화하는 과정이 훨씬 어렵다
  • 사페코의 실패와 동화기업의 성공은 꾸준함과 지속성의 차이에서 갈렸다

혁신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회만이 아니다. 회사에서도 혁신을 한다. 수십 가지 경영혁신 방법론도 마련되어 있다. 혁신하는 법이 완성되는 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성문법과 불문법, 규칙의 두 가지 존재 방식

성문법(成文法)은 문자로 표현되고 문서의 형식을 갖춘 법이다. 법정주의(法定主義)라는 측면에서 원칙상 모든 인간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져야만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여기서는 인간의 행위 하나하나를 미리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로 남는다.

세상의 모든 일을 법으로 규정할 순 없다. 불문법(不文法)은 법규범의 존재 형식이 제정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제정(制定)’되지 않았을 뿐, 따라야 할 법은 문서로 존재한다. 판례다. 독일에서 전파된 대륙법계는 성문법 체계이고,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영미법계는 불문법 체계다. 성문법에 가까운 우리나라는 로스쿨 도입 전까지 사법고시 한 번으로 법률 서비스의 배타적 권리를 부여한다.

미국에서는 로스쿨에서 수많은 판례를 공부하고, 그 후에 법에서 부여하는 배타적 권리를 차근차근 갖도록 한다.

협업의 규칙, 만들기보다 지키기가 어렵다

협업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쉽다. 그 규칙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규칙을 어긴 협업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더욱 어렵다.

우리 사회는 성문법적인 요소가 강하다. 어제의 법을 오늘 바꿔서 진행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도 정권에 따라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다반사다. 불문법 체계에서는 지난 정권이 법으로 대못을 박았다 해도 다음 정권이 역시 법으로 빼버리는 성문법적인 사고방식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가 불문법적인 요소를 강화한다면 법으로 대못을 박는 행위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성문법보다 불문법 체계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내재화, 체득화는 성문법을 불문법화하는 고통스러운 변화다. 헌법과 같이 최상위 법은 성문법으로 존재해야 한다. 선언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 세상의 모든 일을 법으로 미리 규정할 순 없다. 법에서 빠지는 부분은 판례와 같은 불문법 체계를 따라야 하므로 두 법체계는 사실상 공존하고 있다. 우리가 성문법 체계이긴 하지만 불문법의 체계를 좀 더 강화해 어떤 정책이든 사회적 합의를 이끌게 하고, 그렇게 정해진 정책은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규칙을 만드는 일은 컨설턴트가 도와줄 수 있어도, 그것을 몸에 배게 하는 불문법화 과정은 오롯이 조직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고통스러운 변화다.

규칙을 내 것으로 만드는 내재화의 고통

기업에서의 혁신은 어떨까? 하루아침에 바꿔 버리면 잘 작동될까? 사람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다. 오랜 협업으로 탄생한 혁신의 결과를 내 것으로 만드는 내재화(內在化) 또는 체득화(體得化)·체화(體化) 과정이 있어야 한다.

강한 훈련이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처럼 고도의 협업 훈련은 성과로 돌아온다.

콜라플 지키기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가는 컨설턴트의 마지막 말이 있다.“제 일은 이제 끝났고, 여러분의 일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이다. 성문법을 만드는 일은 컨설턴트가 도와줄 수 있다. 그것을 불문법화하는 것이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남아 있는 협업 대상이다.

실패 사례: 미국 보험사 사페코의 몰락

실패 사례 미국의 보험 회사인‘사페코(Safeco)’는 1980년대 들어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웠다.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고, 보험업에 집중하며, 매년 적게나마 반드시 순이익이 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안전을 추구하며 천천히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보험 업계가 큰 호황을 맞자 사페코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주주들은 공격적인 확장전략을 펼치길 원했다. 주주들의 요구처럼 공격적인 경영을 하면 분명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결국 사페코는 눈앞의 수익에 눈이 멀어 버렸다. ‘안전’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금융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페코는 성공했을까? 아니다. 처음 몇 년 동안 반짝 성장을 했을 뿐 금세 몰락해 버리고 말았다. 1990년대 중반, 금융업 전반에 불황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M&A를 하느라 돈을 다 써버렸던 사페코는 경영난에 빠졌고, 1997년부터 3년 만에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는 비극을 맞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전략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나 고객, 유통망에 큰 변화가 생긴다면 장기 전략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기 수익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장기 전략은 더 넓은 안목으로 끈기 있게 밀고 나갈 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IGM과 함께하는 리더의 딜레마 해결, 조선비즈, 2013년 5월 23일]

단기적으로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한 협업은 꼭 필요하며 매우 유효하다. 그러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장기적인 전략 목표를 갖고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협업에 성과를 강요하면 안 된다.

성공 사례: 동화기업의 20년 지속 혁신

성공 사례 ‘동화기업’은 오랜 기간 협업이라는 기업 문화의 내재화에 힘써 왔다. 1995년에 도입되었던 생산현장 제안제도가 그 출발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던‘변화와 혁신’이라는 핵심 가치는 자연스레 직원들에게 내재화되어 2014년 4,800건, 2015년 5,300건 그리고 2016년 6,300건이 넘는 제안들이 생산현장에서 쏟아지게 만든 힘이 되었다.

물론 처음 이 운동을 도입했을 때는 직원들의 불만도 많았다. 비용을 절감하고 아이디어를 내보자는 부분에 부담감과 거부감이 작용했지만 20년을 지속하면서 이제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혁신문화 조성의 기반이 되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동화기업의 기업 문화를 만든 가장 큰 힘은 바로 꾸준함과 지속성이라 할 수 있다. 동화의 기업 문화 활동은 대부분 1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정례화되고 자연스럽게 직원들에게 흡수되는 내재화 과정을 거쳤다.

가령 대표적으로 소통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된‘열린 광장’프로그램은 2003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15년 이상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은 격월 단위로 한자리에 모여 경영실적을 공유하고, 새로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울러 특강과 공연을 통해 동료들과 즐거움도 배가할 수 있는 전통적인 문화 조성의 자리가 되었다. [문성연 ㈜동화기업 인재개발실 문화교육팀 과장, 월간 인사관리, 2017년 4월호 통권 332호]

*『콜라플 — 협업하는 인간, 강해지는 조직』(201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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